‘불법 쪼개기’ 건축물 사들여
복원 후 다자녀 공공임대로
시흥 이어 서울도 지원 마련
“외곽에만 보급되는 점 한계”

시흥시 정왕동 퍼스트홈의 우편함(왼쪽 사진)과 인근 건물의 우편함. 같은 면적 건물이지만 퍼스트홈은 7가구, 불법 쪼개기한 건물은 16가구가 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흥시 정왕동 퍼스트홈의 우편함(왼쪽 사진)과 인근 건물의 우편함. 같은 면적 건물이지만 퍼스트홈은 7가구, 불법 쪼개기한 건물은 16가구가 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영화씨(62)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중학교 3학년 딸,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산다. 올해 봄까지 살던 집은 26.4㎡(약 8평)였다. 방이 두 개였지만, 억지로 공간을 나눠놓은 형태라 청소년기 남매가 함께 머물기 어려웠다. 책상 놓을 공간이 없어 아들은 바닥에 책을 펴놓고 엎드리거나 밥상에 책을 놓고 숙제를 했다.

지난 4월30일 ‘퍼스트 홈’에 입주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아들에게는 화상수업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놓을 만한 번듯한 책상이 생겼다. 아들 김모군(13)은 “공부하기 훨씬 편해졌다. 무엇보다 창문이 제대로 돼 있지 않던 예전 집보다 빛이 잘 들어와서 좋다”고 말했다. 집은 52.20㎡(약 15평)로 커졌고, 월세는 28만원으로 주변 원룸 시세(50만~60만원)보다 저렴했다.

퍼스트 홈은 ‘다자녀가구 전용 공공매입임대주택’ 1호 건물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함께한 이 사업은 작년 이 지역 아동주거빈곤 실태조사에 관한 기사 ‘베란다 건조대 밑…그 아이의 ‘외딴 방’(경향신문 2019년 4월11일자 1·3면 보도) 이후 추진됐다.

지난 5일 정왕동을 다시 찾았다. 퍼스트 홈은 전용면적 322.96㎡, 7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4층 건물이었다. 퍼스트 홈과 비슷하거나 작은 크기의 주변 건물을 살펴보니 보통 16개의 우편함이 설치돼 있었다. 16가구가 산다는 뜻이다. 이런 건물은 대개 건축대장에선 6가구 정도로 허가를 받고 불법 쪼개기를 통해 가구수를 늘린다.

정왕동 일대는 국내에서 아동주거빈곤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시화공단 등 근처 공장지대에서 일하는 30·40대 부부가 값이 싼 주택을 찾다 이곳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물주들은 더 많은 임대료를 얻기 위해 건축대장에서 허가받은 것과 달리 방을 쪼개 팔았다. LH는 퍼스트 홈 조성을 위해 지역 원룸 건물을 매입해 불법 쪼개기한 건물을 원래 건축대장상 허가받은 크기의 방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했다. 건물 매입은 어려운 편이다. 대개 불법건축물이었고, 건물주들이 임대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담당한 LH 인천지역본부 이승헌 부장은 “3~6가구로 허가받고 최대 20가구까지 방을 쪼개 판 건물도 봤다”며 “지역 원룸을 1000개 이상 봤는데 이 중 99%가 불법건축물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퍼스트 홈에는 5가구가 입주해 있다. LH는 올해 시흥에 다자녀 공공임대를 40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건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 계획이 다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차선화 시흥시주거복지센터장은 “공공물량이 임대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역 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언론의 관심과 국토부의 추진력 등이 어우러져 변화가 일어난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시흥에 이어 서울 등에서도 아동주거빈곤가구 지원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보도 이후 서울시도 시흥처럼 아동주거빈곤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해 ‘아동주거빈곤가구 주거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협의해 방 두 개 이상 주택을 67가구에 공급했다. 올해 230가구까지 지원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의회에는 지난달 25일 전국 최초로 빈곤아동가구를 위한 긴급 주거지원안인 ‘서울특별시 아동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도 시흥과 마찬가지로 다자녀 공공매입임대 정책이 시작됐다.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공공매입임대 상당수가 강남 등을 제외한 서울 외곽 지역에 머물러 있는 한계가 있다”며 “보도 이후 정책이 마련되고 롤모델이 생겼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092034015&code=940401#csidx6cdccdbdeb0832aa6a1c2579796f6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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