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주거복지현장실습 소감문2

2013.08.20 11:11

사람 조회 수:15523

 

주거복지 현장실습 소감문

2013.8.19

전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권소현


  현장실습은 나에게 단순히 졸업요건이었다.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때가 되면 가겠거니 싶었다. 내게 꿈도 하고 싶은 일도 없어서 더 그랬다. 동기들처럼 어느 건축사무소에 가서 사무보조하면서 4주를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난 1학기, 앞으로의 진로에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교수님과 상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성격검사나 진로검사도 해보고 여러 사람들과 얘기도 하면서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실습을 지원해야 할 때 쯤 내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었고 그에 따라 주거복지센터에 지원하게 되었다.

  단순히 졸업요건으로만 여겨졌던 현장실습이 기대되었고 기다려졌다. 처음으로 ‘일’이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떨리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고 얻어가고 싶었다. 강의시간에 가만히 앉아 듣는 것과 현장을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에 현장의 모습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현장실습을 하던 날, 긴장한 나머지 일찍 깼고 일찍 준비했지만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늦게 되었다. 실습 첫 날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했지만 그래도 잘 맞아주시고 잘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사무처장님의 소개와 문화 공간 ‘싹’ 채성태 선생님의 활동계획에 대한 말씀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첫날부터 신나고 재밌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첫 주, 활동매뉴얼을 가지고 강의를 들었다. ‘주거복지론’이라는 강의를 통해 이미 들었던 내용들이지만 다시 들으니 그 때 놓쳤던 것들도 알게 되고 궁금한 것들도 더 생겨서 여쭤보기도 했다. 만약 그냥 지원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니까 강의를 들을 때보다 더 집중하게 되고 재미있었다. 수신·발신 공문을 관리하게 되었는데 직접 배우고 만들어보니까 평소 접하지 않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신기했다. 공문뿐만 아니라 여러 업무 보조나 조회를 하면서 내가 진짜 일을 하기 전 좋은 경험을 하고 가는 것 같아 좋았다.

  첫 주에 방문을 많이 했었다. 먼저, 장차연에서 하는 천막농성을 응원하러 도청에 갔던 건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 ‘장애인복지론’이라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의를 들으면서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은 후로 장애인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그 날, 처음 보게 되었다. 내 스스로에게 놀랐던 것은 장애인을 보고 있는 내 시선의 변화였다.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과 인사하고 얘기하는 내가 신기했다.

  북카페 ‘카프카’도 갔었다. 그 곳에서의 시간도 감사했다. 사무처장님께 궁금했던 것들이 많아서 언제 여쭤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날, 참 많이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주거복지에 대한 생각이나 현장의 실제나 어려움이나 주거복지의 현주소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 후, 중증장애인센터에서 이루어진 ‘전북주택협동조합 포럼’은 참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주거복지론’ 강의 시간에 발표를 하면서 ‘주택협동조합’에 대해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땐, 그냥 하면 좋겠다 싶어서 꺼낸 건데 현장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어서 놀랐다. 잘 진행되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그 다음 주부터 현장조사에 대한 교육, 준비가 시작되었다. 문화 공간 ‘싹’에 가서 채 선생님의 교육을 들었다.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와 같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정말 감동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직접 조사를 나가야 하고 하나의 기획안 아래 움직여야 하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도 됐다.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처음 기획안을 작성하고 현장조사를 나가는 거라 많이 부족하지만 사무처장님의 도움도 받고 온유와도 의견을 나누면서 준비하니까 걱정을 덜게 되었다. 사무실에만 있다가 직접 현장으로 나갔을 때 더워서 많이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집들이 다 붙어 있어서 그런지 그늘도 많았고 간간히 바람도 불었다. 그리고 그리 크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찍 끝내기도 했다.

  아주 어렸을 때,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았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부니까 비닐로 앞을 막았고 화장실은 밖에 따로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집들이 많이 있었다. 전주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관심 받지 못하고 지원받지 못한 마을들이 전주에도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살아봤으니까 여기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건 지금 직접 살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쉽게 하는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알 수 없으니까…

  강의 때 들었던 용수마을을 직접 가보니까 더욱 심각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쩔 땐 그 언덕길들을 나도 다니기가 힘든데 어르신들은 어떻게 다니셨을까 싶었다. 이 길을 어떻게 다니시지 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다녔는지 모르겠다. 이 마을의 집들은 담이 집 앞을 다 가릴 만큼 높았다. 주민들을 만났다면 왜 이렇게 높게 뒀나 여쭤보고 싶었다. 그렇게 두면 햇빛도 다 가리고 답답할 것 같았다. 아쉽게도 주민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여쭤보고 싶다.

  기획안을 만들고 그에 따라 사전에 준비를 하고 기획안을 생각하면서 직접 현장조사도 나가고 보고서를 만들며 정리하기까지 하나의 미션을 수행한 기분이다. 단순히 보고서 하나를 만든 게 아니라 3주간의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팀을 이루어 서로 공유하고 하나로 만들어가는 것도 팀워크가 중요함을 과제할 때보다 더 느꼈다. 과제를 할 때는 내 성적만 생각하면서 해도 됐는데 막상 센터에서 기획을 하니까 나만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공부해보라고 내주신 과제였지만, 센터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센터를 생각하면서 작업하게 되었다.

  실습하는 중간에 시간이 나면 준비해주신 자료도 읽어보고 더욱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유익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의 한 부분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좋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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