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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황혼 위해 "노후엔 집도 달라져야"
강미현 건축사의 건축도시 이야기] <45> 통계로 보는 노인과 집
2015년 06월 28일 (일) 강미현 건축사 전북주거복지센터 이사장 APSUN@sjbnews.com
   
  ▲ 모든 문의 턱을 없앴다  
 


유전 때문인지 나는 흰머리가 다른 사람보다 빠른 편이다. 물론 염색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살짝 노안도 오기 시작했다. 말로만 들어왔던 노화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노년의 삶이 머지않았음이 느껴지며 아쉽기도 하고 한편 차분한 마음도 든다. 이제 건강도 그렇고 불안이나 고독, 질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며 늙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참 재미있게도 나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노년을 향하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년 만에 100만 명이 증가해 2013년 600만명을 돌파해서 이제는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한다. 전북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전체 인구의 18.2%가 고령자이며 임실군은 군민 10명 가운데 3명이상인 31%에 달한다. 뭐 이제는 평균 수명 100세를 의미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을 했으니 장수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환경의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이제 은퇴를 시작하는 노인들은 기존 고령계층과는 달리 고등교육을 받은 세대로 노년 환경조성을 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노년의 삶에서 집은 행복의 기본 전제이다. 집이란 단순하게 물리적 ‘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식처로서 가족의 생활과 이웃과의 사회생활의 토대가 된다. 특히 다른 연령층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개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절반이상이 단독주택(51.7%)에 살고 있다. 아파트(34.7%), 연립·다세대주택(11.8%) 순이다. 단독주택 거주율은 2008년 60.5%, 2011년 55.7%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노인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주택유형이다.

   
  ▲ 발밑등을 설치해 보행에 안점감을 줬다  
 



거주형태는 전체의 69.2%가 자가이며, 무상 11.0%, 보증금 있는 월세 9.8%, 전세 8.4%, 보증금 없는 월세 1.7% 순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자가 비율이 낮고(65~69세 74.0%, 85세 이상 56.7%), 무상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65~69세 6.0%, 85세 이상 23.9%). 연령이 높을수록 상속재산의 자녀에 대한 사전증여 후 무상거주 등 다른 원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주공간의 생활편리도면에서는 심각한 양상이 나타난다. 노인을 배려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경우는 4.6%에 불과하며, 생활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지만 노인을 배려한 시설이 없다는 응답이 78.1%이고, 생활하기 불편한 구조라는 응답은 17.3%로 나타났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답변이 있다. 바로 고령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95.4%이다. 현재 주거구조가 고령친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아 노인들의 생활이 불편함을 단적으로 나타난다. 생활하기에 가장 불편한 공간을 물어보았을 때 전체의 55.0%는 없다고 응답하였으며, 계단(15.3%), 화장실 및 욕실(12.5%), 문턱(9.1%) 등 순으로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한 공간이 없다는 의견이 55%로 반절을 넘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의 안전사고의 61.5%가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다. 오래 살아와서 익숙한 또 어쩌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것이다. 노인 스스로의 인권안전 감수성 교육이 필요한 지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2012년도 고령자 안전사고 사례분석에 의하면 사고 발생장소는, 가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4,089건으로 전체의 61.5%를 차지하여 가장 많았고, 의료서비스 시설이 611건(9.2%), 상업시설이 533건(8.0%) 등으로 나타난다. 성별로는 남성이 2,821건으로 전체의 42.4%, 여성이 3,811건으로 전체의 57.3%를 차지하며 여성의 사고비율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연령별로는 65세~69세가 2,376건으로 전체의 35.7%를 차지하고, 70세~74세가 1,544건(전체의 23.2%)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품목별로 상위 10개 품목을 살펴보면 바닥재, 계단 등 내부마감재 때문이 1,550건(23.3%)로 가장 많았고, 가구 등 편의시설용가구가 578건(8.7%), 병·의원 서비스가 395건(5.9%), 어패류&어패류가공식품이 382건(5.7%) 순으로 나타난다.

   
  ▲ 모든 문은 열기 편한 슬라이딩 도어로 설치했다.  
 


위해내용별로는 충돌/충격으로 인한 사고가 3,471건으로 전체의 52.2%를 차지했고, 화학적 영향이 833건으로 12.5%, 찔림이 577건으로 8.7% 등으로 나타났다. 위해부위별로는 머리가 1,463건(22.0%)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다리/무릎/발이 945건(14.2%), 내부기관이 562건(8.5%), 손/손가락/손목이 556건(8.4%) 등이다. 특히 머리를 다치게 되면 뇌진탕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위 10개 위해내용별 상위 1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추락/넘어짐/미끄러짐’의 경우 ‘내부마감재’가 1,531건(위해내용의 51.5%)으로 가장 높은 빈도수를 보인다. ‘이물질’의 경우 ‘어패류&어패류 가공식품’이 219건(위해내용의 34.1%)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타 화학적영향’의 경우 ‘어패류&어패류 가공식품’이 104건(위해내용의 16.4%)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낙상도 조심해야 한다. 전체노인의 25.1%가 지난 1년간 낙상을 경험하였다. 낙상경험자의 지난 1년간 낙상횟수는 2.3회이고 낙상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은 경우는 63.4%로 나타났다. 낙상이유와 관련해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갑자기 주저앉아서)가 29.5%로 가장 높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26.8%, 다리를 접질려서(발을 헛디뎌서) 13.8%, 갑자기 어지러워서 1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이 외출할 때 가장 불편한 점에 대해 살펴보면, 노인의 29.3%가 외출 시 불편한 점이 없다고 응답하였고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계단이나 경사 오르내리기(34.1%), 버스(전철)타고 오르내리기(12.1%) 순으로 나타났다. 도시지역에는 지하철, 건물 등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계단이나 경사오르내리기가 외출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언급되고 있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대표적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운행편수가 적고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인간은 보통 35세가 되면 시력이 저하되기 시작해 50세가 되면 노안이 시작되고 추위를 잘 탄다.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하고 65세에는 한발로 걷기가 어렵다. 또 높은 음을 듣는 것도 힘들다. 80세 쯤 되면 수전 및 문손잡이를 돌리기가 어렵다. 지팡이나 벽에 의존해 보행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넘어져 상처도 입게 된다. 이런 것들이 특정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년의 삶이 존엄할 수 있는 환경설비를 구축해야 하고, 배리어프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요소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도 사회적 관계에서도 늙어간다는 것이 두렵지 않은 그런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

/강미현 건축사(전북주거복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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