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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인권화로 삶의 존엄 지키는 '유니버설 디자인'
[강미현 건축사의 건축도시 이야기] 42.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권리, 유니버설 디자인
2015년 05월 17일 (일) 강미현 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 APSUN@sjbnews.com
   
  ▲ 유니버설 디자인 연구단  
 

인간은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이 기회와 가치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로써 인간 공동체적 복지로운 삶의 완성은 모든 제도나 정책 또는 계획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고 마련되어야 한다. /정하성



나는 40대이다. 40대는 태어남과 죽음이 만나는 시기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예전과 다르고 불안정하다. 첫 번째 신호는 눈에서 왔다. 글씨를 읽을 때 종이를 좀 멀리 놓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깜짝 놀랐고, 약간은 서글펐다. 그 후 변한 게 있다. 설계 도서를 작성할 때 예전에 비해 글자들이 커졌다. 건축현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기술자들이 함께 일을 한다. 그들을 위한 배려로 시작했지만 관리 감독을 하는 나 역시 가독성이 좋아 편하다. 글자 크기를 키웠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편리해졌다. 사소하지만 이렇게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착한 디자인’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 불리며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 시설, 설비를 디자인 하는 것을 말한다. 사례는 다양하다. 자동문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다. 거리의 높고 낮은 턱을 모두 없앤다면 보행약자들의 이동권이 확보되고, 더불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



화장실의 경우 별도의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나중에 보면 관리도 안 되어 있고,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창고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만약 화장실 칸들을 누구나 사용가능하도록 조금 만 더 넓게 만들어 놓는 다면 특별한 한 칸을 만들기 위해 추가되는 비용과 면적을 줄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각 칸들의 사용자 역시 편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온다. 건물을 진입하기 위한 계단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건물 진출입구 높이차를 최소화해서 턱을 없애거나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든다면 누구나 이용하기 편하게 된다. 계단을 만들고 또 다시 경사로를 만드는 중복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유모차 보행이 불편한 한옥마을  
 


출입문을 설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문(door)의 경우 너비 90㎝, 높이 210㎝, 문손잡이는 90㎝에 위치, 손잡이 모양은 원통형이다. 일상적으로 흔하게 사용하는데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하며 반문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열고 닫기에는 불편한 크기며 문손잡이 위치 역시 높다. 불편하기는 노인도 마찬가지다. 잡기 능력이 떨어져 원통형 손잡이는 불편하다. 문사이즈 역시 집안에서 휠체어라도 사용하게 된다면 수치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여유가 없어 입출입이 불편하다. 내심 조금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 속의 문을 설치 할 수도 있고, 손잡이는 사용하기 편한 레버형으로 교체하면 된다. 또 문의 너비도 10㎝ 정도 키워 100㎝로 할 수 있다. 꼭 휠체어 사용자가 아니라도 최근 가전제품이 대형화되었고 무엇보다 신체 사이즈가 과거에 비해 커졌다. 디자인을 할 때 생각의 발상을 사람중심으로 조금만 전환하면,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해진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라고 기대한다.

   
  ▲ 문속의 문을 설치해 아동들의 출입에 편리함을 줬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이 일들을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지금까지 우리는 공간을 만들 때 표준화된 신체 기준을 적용했다. 그동안 우리는 표준을 설정하면 편리하고 안전하며 좋을 것이라 여겨왔다. 하지만 사람마다 신체크기와 능력이 다양하고,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가 된다. 물론 표준의 긍정적인 역할이 분명 있다. 하지만 건축과 도시에 표준화된 신체 기준을 적용하며 불평등을 양산했다. 단적인 예로 표준 신체에서는 계단 정도는 장애물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특정계층을 공간에서 배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누군가의 사회활동과 최소한의 경제활동마저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의 설정이 특정계층을 차별하는 폭력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인간중심으로 향하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 층위치를 누구나 읽기 편하게 디자인했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킬 권리가 있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터에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용모, 신체조건 등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보편적 삶의 존엄을 위해 공간을 인권화하자. 유니버설 디자인이 첫 걸음이다.

/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한 지역의 모임들

   


#### 누편안공간사람들(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지난해부터 전북 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를 중심으로 시민 스스로가 전문가나 행정에 기대지 않고, ‘누구에게나 편안한 디자인’에 대해 느끼고 공유하며,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편리하게 개선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유니버설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누편안공간사람들’은 지난해 주민교육 <누구나 편의증진 아카데미>를 개최했고, 청주시에 위치한 유니버설디자인체험관을 다녀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동, 장애인, 아이엄마, 대학생, 시의원, 전주시 복지환경국장, 건축가, 마을재생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전주시내, 한옥마을,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등의 유모차· 휠체어· 인도 보행, 저상버스 이용 등의 편의시설 현장체험 나들이를 진행하였다. 올해는 전주시에서 시행한 「온두레」공동체 활성화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공유와 인후동 일대의 경사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전북주거복지센터 유니버설디자인 연구단

전북주거복지센터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하우스 매뉴얼’ 연구모임을 결성했고 연구단으로 승격했다.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주택 설계 기준 및 표준모델 제시를 위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현장조사 및 견학, 문헌연구, 인터뷰 등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단은 지속적으로 도시재생과 복지단체 등 네트워크에도 참여하여 사람중심의 도시가 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하여 건축물 편의시설, 제품 디자인 설계 및 관련업 창업 연계까지 목표로 한다.



1층 출입을 위한 경사로를 넓게 설치하여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전주교대 캠퍼스안보행로에 깔린 돌 패턴의 아주 낮은 턱인데도 아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노란 옷을 입을 아이는 연거퍼 몇 번을 넘어지며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나 왜 자꾸 넘어져?”누편안공간사람들이 올해 사업진행을 위한 회의중이다문속의 문에 설치하여 아동들의 출입에 편리하도록 디자인했다. 사진출처: designboom.com별도로 설치된 장애인용 화장실-국립무형유산원창고화 되는 장애인용 화장실 내부-국립무형유산원유니버설 디자인 연구단 회의 모습유모차의 보행이 불편한 한옥마을좌-레버형 손잡이 우-원통형 손잡이진입구 높이를 최소화하고 전체를 경사로 처리로 하여 보행자의 편의를 고려한 누리마루 출입구-국립무형유산원층 위치를 누구나 읽기 편하게 디자인하다. -세종시 행복청사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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