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활보호제도로의 회귀하나?

2012.06.05 14:17

평화주민사랑방 조회 수:4550

[논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활보호제도로의 회귀?

- ‘기초생활보장 지출성과 제공방안’ 발표를 보고-


6월 1일 기획재정부는 제1차 ‘재정관리협의회’를 개최하여, 관계부처장관 및 재정관련 전문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공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논의에서 기획재정부는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에 대해 재정지출의 효율성·형평성, 근로능력자 관리 및 근로·탈수급유인체계가 미흡하고, 의료서비스 과다이용의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 평가결과에 근거하여 지출성과 제공방안으로 △비수급 빈곤층 보호 강화 △근로능력자 관리 및 자기책임강화를 통한 탈수급촉진 △의료급여 지출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 이번 기획재정부의 발표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내세워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지만 새삼스런 방향이나 내용은 아니다. 올해 기초생활보장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그 방향으로 ‘수급자 보호 강화’ ‘일을 통한 탈수급’을 내걸었었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완화해 최저생계비의 130%에서 185%로 상향조정하여 6만1천명 정도 수급자수가 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전년보다 총 수급자수를 5만명이나 적게 추정하여 최저생계비가 3.6%나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보다 줄어든 기초생활 생계급여예산을 편성한 바가 있다. 지난 4월에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복지수급자 일제정비 조사이후 11만 6천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자격이 정지된 바도 있다. 즉 예산편성의 방향으로 ‘수급자 보호’와 ‘탈수급’을 내걸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 단지 예산축소의 명분축적용에 지나지 않음이 드러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도 ‘지출성과 제공방안’이라기 보다는 ‘재정축소방안’에 다름아니다. 비수급빈곤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일정수준 이하의 주거용 재산 소득환산 비율 완화’를 제시했으나,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의 경우처럼 생색내기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비중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과 의료급여 본인부담금을 높이겠다는 방안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이 방안은 기초생활수급자 중 근로능력자에 대해 자립·탈수급 관리 및 자기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30만명 중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는 조건부 수급자 3.5만명을 제외한 조건부과 예외자 26만명에 대해 일을 하게끔 하고, 지속적으로 일을 못할 시에는 수급자격을 박탈하거나, 수급혜택 내용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자립계획 이행 강화, 추정소득제도 강화, 수급기간 제한 및 단계적 혜택축소, 재수급 요건 강화' 등의 '자기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는 근로능력유무와 상관없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인 경우 수급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거스르는 방안이다. 현재 조건부 수급자도 일하는 것을 통해 탈수급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 수급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정부는 ‘근로능력평가의 기준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를 판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바가 있다. 그 당시에도 졸속적이고 시행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까지 받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제안되고 있는 방안도 결국에는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미명하에 수급자 대상을 축소하는 것으로만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으로 의료급여비 본인부담을 인상하겠다는 조치는 더욱 문제가 크다. 정부는 의료급여의 낮은 본인부담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로 의료서비스 과다이용 경향이 크다며, 불필요한 의료이용 억제를 위해 본인부담금 인상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기입원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6년 참여정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행해졌던 의료급여 혁신대책의 결과를 학습한 데서 오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축소시켜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자격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한 개인별 급여내역 관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개악을 강행하였다. 그 때에도 의료급여 대상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명분을 내걸었고, 본인부담제 및 자격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04~’06년간 평균 21%에 달하던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율이 ’07년에는 7.6%로 낮아져, 연간 2,4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 바가 있다. 이번에도 본인부담금 보상제도(현행 50%)를 없애고, 본인부담금 상한액(현재 5만원)을 인상하는 방안이 예시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낮은 본인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과다이용한다는 평가는 잘못일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의료급여 수급자들을 ‘도덕적 해이자’로 낙인찍는 것은 거꾸로 정부의 도덕적, 윤리적, 정책적 책임의식을 의심케 한다. 올해 의료급여예산의 증가율은 2011년에 비해 8.4% 증가된 액수이다. 그러나 이 증가율은 최근 3년래 최저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2012년 1분기 건강보험진료비가 전년동기 대비 7.4% 증가와 비슷하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11.4%로, 건강보험진료비 증가율 10.98%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건강보험진료비에서 노인진료비 증가율은 8.3%, 2011년은 전년도에 비해 8.8% 증가하여 의료급여비 증가율과 비슷하다. 의료급여수급자의 대부분이 노인층과 장애인인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의료서비스를 과다이용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오히려 빈곤에 처한 장년, 노인층은 주거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성질환 발생위험이 높고, 한두개의 질병이 아니라 여러개의 복합적인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서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빈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의료비 때문에 의료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20~25%에 이르는 조사결과도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의료급여수급자는 오히려 의료서비스를 필요보다 더 적게 이용하고 있다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비용자부담 의식'을 제고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정부의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복지수준을 20세기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2000년부터 실시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그 이전 노인, 장애인, 아동 등만을 대상으로 했던 ‘생활보호제도’와 다를 것이 없는 제도로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400만명이나 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최저생계비가 낮아서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판받고 있지만, 빈곤층을 ‘보호대상자’에서 ‘수급권자’로 명명했듯이 기초생활보장을 ‘권리’로서 인정했다. 빈곤층을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행사하고 누려야 하는 ‘시민’으로서의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온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시혜적인 대책만을 누려야 하는 수동적 ‘보호대상자’의 위치에 머물게 하려는 방안의 시행은 그만큼 현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의식, 삶의 수준을 과거로 되돌리는 조치일 뿐이다.

 

2012년 6월 2일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대학생사람연대, 동자동사랑방,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보신당,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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