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신기루, 공공임대주택

2019.10.04 09:09

사람 조회 수:3

136만5000가구. 

 

정부가 발표한 10년 이상 임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수다. 현재 전체 가구 수의 6.7%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2022년까지 9%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이 목표다. 시장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집을 마련할 수 없는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 공공임대. 지금은 다소 부족할지언정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봐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들, 주거복지 관련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136만가구가 넘는다는 공공임대에는 저소득층 대상이 아닌 물량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일정 기간 임대했다가 소유권을 시장으로 넘기는 분양전환부터 시세에 가까운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행복주택 등 종류도 많다. 집이 아닌 임대료를 보조하는 전세임대도 들어가 있다. 이들 물량을 제외하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진짜’ 공공임대는 97만가구가 조금 안된다. 40만가구 이상이 ‘허수’인 셈이다.

 

허수는 착시를 만들어낸다. 최근 서울 충정로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의 최고 경쟁률은 285.9 대 1이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으로 저렴해 청년들 호응이 높았다지만, 이 같은 물량은 전체 499가구 중 10%도 되지 않는다. 신혼부부 물량 등을 제외하면 청년에 할당된 몫은 17가구뿐이었다. 적은 ‘미끼’ 물량으로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공공임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한국에서 공공임대는 1989년 소득 1~2분위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에서 시작했다. 철거민 등 도심에서 쫓겨나 갈 곳 없던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19만가구를 한꺼번에 공급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증가한 영구임대는 2만가구를 조금 웃돌 뿐이다. 

 

소득 불균형과 자산 양극화가 깊어지고 부와 계층 대물림이 고착화하는 현실에서 가난한 사람이 그 정도만 늘어난 것일까. 한국도시연구소 통계를 보면, 옥탑방과 반지하, 고시원 등에 거주하거나 비닐하우스, 쪽방 등 차마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곳에 사는 주거빈곤 가구는 전국 227만6562가구에 이른다.

 

착시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주거안정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심리적 발판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영구임대는 취약계층을 한데 모으는 데 그쳤다. 이들은 고립되고 부모의 빈곤은 자녀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거 지원이 절실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결과다. 대신 공공임대는 사업성을 담보받을 수 있는 가진 자들의 요구와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의 주거복지 실현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됐다.

 

경향신문이 창간 73주년을 맞아 공공임대에 주목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뿌리가 흔들리는 공공임대의 현실과 복지에도 스며든 경제논리를 진단하고 왜 주거취약계층에 공공임대가 돌아가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할 만한 토지와 예산은 마땅찮고, 거주보다 소유에 대한 주택 개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공공임대의 현실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거취약계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공공임대 정상화’를 제안한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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