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인천지역의 주거복지 실태와 개선 방향을 5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천은 면적의 90% 가량이 원도심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이러한 여건에서 아동, 노인, 청년 등 사회적약자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자체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편집자 주]
 

인천 연수구 연수동 A씨 가족의 원룸에 2인용 식탁과 냉장고 등이 있다. 식탁 옆에 쳐져 있는 커텐이 원룸의 침실과 부엌을 구분한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아이에게 방 하나 주는 게 소원입니다.”

지난달 23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 지상 1층 원룸에서 만난 A씨(41·여·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귀화)는 이같이 말했다. A씨의 집은 11㎡ 안팎의 작은 원룸이었다. 이 집에는 A씨와 남편, 아들이 살고 있다.

현관문 맞은편에는 2인용짜리 식탁이 있고 그 옆에 냉장고와 싱크대가 놓여 있었다. 싱크대 앞은 성인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원룸의 중간에 쳐진 대형 커텐은 부엌과 침실을 구분했다. 침실에 있던 A씨의 아들 B군(초등학교 3학년)은 커텐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부엌 쪽으로 인사를 건넸다. 침실에는 옷장, 더블침대가 1개씩 놓여 있고 그 옆 바닥에 B군이 누울 수 있는 이불이 깔려 있었다. TV와 침대 사이에는 사람 1명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방에서는 B군이 읽을 책은 보이지 않았다. B군은 2월 말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지역아동센터와 태권도장에 가지 못하고 침실에서 하루종일 TV를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A씨 가족이 이 집으로 이사온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인근 원룸에서 매달 60만원을 내고 사는 것이 부담돼 월세 38만원짜리 원룸(보증금 50만원)으로 옮겼다. 월세가 줄어 부담을 덜었지만 방 크기가 작아져 생활이 불편해졌다.

A씨는 “예전 집에서 월세 60만원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사를 했다”며 “현재 소득 수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 A씨 가족의 원룸에서 에어컨 옆에 쳐져 있는 커텐이 부엌과 침실을 구분한다. (사진 = 이종일 기자)



A씨는 지난해 12월까지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공장을 다니다가 경기침체 영향으로 해고됐고 올 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월 150만~160만원 수준의 임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0만원으로 줄었다. 일자리가 없을 때는 이보다 더 적을 때도 있었다. 재활용의류 수거업체에 다니는 남편은 월급이 130만원 정도여서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다고 A씨는 설명했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필리핀에서 생활하던 아들 1명(초등학교 6학년)이 돌아오기 때문에 A씨는 집에 대한 걱정이 많다.

A씨는 “현재 방 하나에서 3명이 생활하는 것도 불편한데 큰 아들이 오면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다”며 “방이 좁아 아들이 공부할 책상이나 책장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들 B군은 “집이 좁은 게 싫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알아봤느냐고 물었더니 A씨는 “그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고 대답했다. A씨는 “연수구나 동주민센터에서 지원받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수동 C씨(41·여·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귀화)의 집은 햇볕이 잘 들지 않아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 3명(2·4·11세)을 키우는 C씨네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68만원짜리로 지상 1층에 방 3개와 부엌이 있다. 이중 가장 큰 방(안방)은 가족이 함께 자는 곳이다.

큰 방 벽지에는 검은색 곰팡이가 피었고 일부 벽지는 C씨가 곰팡이를 닦아낸 자국이 남아 있었다. 1년에 2차례 정도는 부엌 싱크대 주변에서 물이 새 수리를 해야 한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 C씨 집 안방 구석에 검은색 곰팡이가 피어 있다. 벽 아래에는 벽지에 스민 곰팡이를 닦아낸 자국이 남아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C씨는 “2018년 10월 이 집으로 이사 올 때는 친구 1명과 월세를 반씩 나눠 냈는데 그 친구가 작년 10월 필리핀으로 돌아가 우리 부부가 매달 68만원을 내고 있다”며 “방값도 비싼데 곰팡이까지 생겨 고충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목돈이 없어 전세를 구하지 못하고 월셋집만 찾게 된다”며 “없는 살림에 매달 68만원을 내는 것이 큰 부담이지만 아이가 3명이니 원룸이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 그러다보니 곰팡이가 피어도 그냥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C씨는 “곰팡이는 보기에도 안 좋지만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 아이들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지역아동센터 소개로 동주민센터에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보러 갔는데 담당공무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구체적인 신청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며 “구청이나 동주민센터가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전체 104만2000가구에서 만 19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집은 35만6000가구였다. 자녀가 있는 35만6000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은 2만9000가구(8.1%)였고 비주택은 1940가구(0.5%)로 나타났다. 지하주택·옥탑방은 4604가구(1.2%)였다.

인천시는 아동이 있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비주택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은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 시는 중위소득 45% 이하 가구에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일부 저소득층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 위주로 정책을 추진했다. 아동의 양육환경에 대한 현황 파악이나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1991년 유엔 아동권리 협약을 비준했지만 정부, 인천시 등은 아동의 주거환경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이 협약에는 국가는 아동 양육에 필요한 주택·옷과 관련된 경우 필요시 물질적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저소득 아동가구와 아동 주거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아동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동을 고려한 주거지원은 없었다”며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다자녀 유형을 포함시키기로 해 인천시도 협조할 것이다. 정부가 2022년까지 인천 다자녀 가정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물량은 743호이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13606625739072&mediaCodeNo=257&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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