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부칼럼펌글)삶의 질은 주거복지에서부터
2012.11.20 16:53
삶의 질은 주거복지에서부터
박형배 전라북도 건설교통국장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글썽이시더니 한번만 안아보자고 하시던 한 노인의 말씀이 아직도 가슴을 저미어온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시던 남양순(78·가명) 할머니는 순창군 방축마을의 오래된 농촌주택에서 무슨 사연인지 자식들과 연락도 끊긴 채 마땅한 생계수단도 없이 밤이나 고구마 등을 팔아 연명하고 있다.
처음 방문한 할머니의 집은 낡고 비좁을 뿐만 아니라 습기와 쾌쾌한 냄새로 가득 차 불편하기 이를 데 없고 할머니의 건강마저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찌할 도리 없이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도배를 새로 해드리고 장판을 교체해 드렸다. 허리를 펼 수 없었던 재래식 부엌의 구조를 바꿔 싱크대를 새로 만들고 환풍기도 설치해 드렸다. 화장실에는 벽체 타일설비와 함께 좌변기를 놔드렸다.
이제는 허리 펴고 살 수 있겠다며 아이처럼 기뻐하시던 할머니는 사람이 그리우셨던지 한번 안아보자고 하신다. 오랜 세월 가족 없이 홀로 사시던 할머니는 집고쳐주기 보다 따뜻한 사람의 정이 더욱 그리웠던 모양이다.
인근의 권선순(75·가명) 할머니는 지난겨울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도 고칠 엄두를 못내 엄동설한에 이불보를 덮어쓰고 견뎠다고 한다. 올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연거푸 감사의 말씀을 보낸다.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두 할머니처럼 많은 분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주위의 따뜻한 손길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라북도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저소득계층 노후주택 개보수 지원을 위해 16,000여 세대를 선정하여 나눔과 희망의 집고쳐주기 사업과 취약계층 주택개보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나눔과 희망의 집고쳐주기 사업은 전라북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확대가 필요한 사업이다. 둘째 농촌주택 개보수 지원을 위해 저리로 5,000만원까지 융자해주고 있으며, 셋째 무주택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임대보증금을 최대 6년간 무이자로 융자해주고 있다. 또한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장기임대주택 1만호를 2014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전라북도가 다양한 서민주거안정 시책과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삶의 질 향상은 주거문제 해결 및 주거복지 확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기본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먼저, 지원대상과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계층에 비해 지원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더 많은 세대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원받는 세대별로도 지원액을 늘려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모든 계층의 폭넓은 참여를 필요로 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주거복지 확대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만 의존하면 결국 세부담이 커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구현을 위해 사회 각층의 자발적
참여와 봉사가 절실하다.
아울러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현재 지원되고 있는 저소득계층은 자립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열악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희망을 잃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허리 펴고 일하실 남 할머니와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을 권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두 분이 보여준 미소는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소득층 주거복지 확대가 일방적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단초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사회 모든 구성원의 아름다운 동참을 기대한다.
/박형배 전라북도 건설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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