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행정…오만한 LH공사
△행정기관 지도·감독 전무
“법적으로 강제할만한 아무런 수단이 없다.” LH공사 전북본부가 전주 효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면서 분양가격을 턱없이 높게 책정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전북도와 전주시는 무기력하다. 민간 업체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사업승인, 입주자 모집, 분양가격 책정, 감리자 지정, 사용검사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LH공사는 이런 절차가 면제된다.
다만, 국토해양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으면 이후 분양가격 책정, 착공, 준공 검사까지 LH 자체적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자기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이 진행되더라도 LH공사를 대상으로 행정지도는 물론 감독할만한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지자체는 무기력하고, LH공사가 오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LH공사는 지난달 30일 전주 효자 보금자리주택(560세대)과 관련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분양가격은 3.3㎡당(평) 719만~730만원이다. 앞서 전북도는 저소득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 취지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분양가격이 높다고 판단, 사업 시행자인 LH공사를 상대로 입주자 모집공고 중단을 촉구했다.
또 LH공사 본사를 방문, 판매 담당 이사를 면담하고 분양가격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한편 재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LH공사는 전북도 건의를 무시한 채 3일 뒤 입주자 모집 공고를 강행했다. 전북도는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되자 2일 사업승인 기관인 국토해양부에 분양가 조정(인하)를 재차 건의했다.
전북도는 “국가공기업이 지자체 지도·감독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부동산 투기를 조정하고 있다”면서 주택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세대, 무주택자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저렴한 땅을 개발해 반값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관련 법은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으로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취지 위배
그러나 LH공사는 3.3㎡당 730만원에 공급함으로써 보금자리주택사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더구나 보금자리주택에는 세대당 7,500만원씩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됐다. 결국 LH공사는 2002년 당시 자연녹지 상태의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강제 수용(3.3㎡당 40만원 이하)한 뒤, 폭리 수준으로 집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전북도는 “정부 재정과 주택기금 지원을 바탕으로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소득계층별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사업 취지에 맞게 분양가 상한제가격 대비 15% 이하를 인하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공사는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가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전북도 이승복 토지주택 과장은 “시세의 80% 수준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다고 하지만 합당한 가격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다. LH공사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지자체 권한 강화해야
전북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기회에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동주택사업계획 승인 및 분양공급 승인을 LH공사 자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8조(입주자 모집 절차)을 개정해 LH공사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주택공급 가격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또 ‘주택법’ 제91조(사업주체 등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 중 일부를 지자체에 이관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임병식 기자 montli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