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비영리기업에 위탁관리 철회 하라
2015.03.03 10:57
미니투데이) 75만가구 공공임대에 불어닥친 '민영화 바람' 진실은…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때아닌 민영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갑작스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운영·관리업무를 민간에 전면 개방키로 결정해서다.
현재 LH의 공공임대주택은 총 75만1000가구(지난해 11월 기준)로, 이 가운데 일부 국민임대의 시설관리만 민간기업에 위탁하고 있다. 나머지는 LH와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약 25만7000가구, 전체 34.2%)이 운영·관리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관리업무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올해는 △5·10년 임대 △매입임대 △50년 임대 등 약 13만7000가구가 민간에 풀고 이후 2017년까지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등도 순차적으로 개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민간개방이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입주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 조치”라고 주장했다. 과연 민간에 개방되면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들고 입주자 만족도는 높아질까. 현재 국민임대의 운영·관리실태만 봐도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주택관리공단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토대로 국민임대 394개 단지의 ㎡당 평균 관리비(지난해 6월 기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위탁(259개 단지) 관리비가 647원으로 공단(135개 단지, 593원)보다 9% 이상 비쌌다.
110㎡(전용 85㎡) 국민임대를 예로 들면 민간위탁의 관리비가 공단보다 연간 7만원 이상 비쌌던 셈이다. 공단의 관리비가 민간위탁보다 저렴한 것은 운영·관리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에 개방된다고 해도 당장 관리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민간개방을 결정한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주거복지 개선보다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기반 인프라인 주택임대관리업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임대운영에서부터 세탁·이사·청소 등 각종 주거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했지만 개인 중심의 임대시장 구조 속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주택임대관리업에 등록한 회사는 100여곳에 달하지만 이들이 관리하는 총 임대주택은 2600가구에 그친다. 기업 한 곳당 관리주택이 26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회사를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선 시장초기 연착륙을 위해 이미 구축된 시장인 공공임대주택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정부가 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민간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먹거리’로 내준 셈이다.
정부의 논리대로 주택임대관리업에 민간자본과 기업들이 뛰어들면 공공임대주택의 각종 주거서비스가 개선되고 입주자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영리추구가 목적인 민간자본과 기업이 공짜 서비스를 제공할 리 만무하다. 자본 논리로 점철된 주거서비스는 가뜩이나 팍팍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사회적 도약을 위한 ‘주거사다리’다. 따라서 임대·운영관리업무도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의 복지시스템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LH와 주택관리공단의 공공임대주택 기능을 완전 분리해 주거복지 및 운영·관리업무를 공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더욱 높여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주거복지서비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